선택과 결정에 관하여

2월 24일, 2020

인생의 어려운 선택을 할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 정말 많은 고민을 해왔던 것 같다. 예전에는 “20년, 30년 뒤에 돌아봤을 때 옳은 결정을 하자”가 나의 답변이었다. 지금 당장은 어렵고 힘든 일이라도 나중에 보람차고 좋은 기억을 남을 수 있다면 좋은 선택이라는 것. 하지만 이건 너무 현실성이 없었다. 20년, 30년 뒤의 나를 어떻게 상상하며 어떻게 그때의 관점에서 지금을 바라볼 수 있단 말인가.

요즘은 생각이 조금 바뀌어 “어떤 결정이든 상관없다”로 바뀌었다.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하면, 고르지 않은 다른 선택지는 어떤 결과를 낳을지 결코 알 수 없다. 즉 두 선택지 중 무엇이 나은 것인지는 평생 알 수 없다는 것인데, 그렇기에 애초에 나은 선택지란 존재할 수 없다고 보는 것이다. 사실 지금까지 해왔던 결정들을 돌아보면 후회되는 것들도 있고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있지만, 다시 깊게 생각해보면 후회되는 선택을 바꾼다고 해서 정말 더 나아질까에 대한 확신이 서질 않으며 잘했다고 생각되는 결정도 정말 최선이었다고는 말을 못 할 것 같다. 그냥 내가 후회하는/혹은 만족하는 결정은 그냥 내가 지금 그렇게 ‘느끼는’ 것이지 실제와는 전혀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대학원을 갈지 그냥 회사를 (병특을) 갈지 고민하는 과정 속에서 정말 많은 것들을 고려해서 결국은 대학원을 오게 되었는데, 지금의 결정을 나는 만족한다. 하지만 만약 대학원을 오지 않고 회사를 갔었다면 후회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대학원이 어땠을지 회사를 선택한 나는 전혀 알 리 없기에 아마 그 선택에 만족했을 것이다. 뭐랄까, 다른 선택지의 결과를 모르기에 그저 현실의 장점만 보고 만족할 수 있는 것이랄까.

그래서 선택과 결정은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는 편이 나은 듯하다. 물론 여러 가지를 따져보고 이성적으로 결정해야겠지만, 쉽게 결정이 나지 않는다는 것은 애초에 두 상황 자체가 비슷하다는 것을 의미할 것이다. 그쯤 되면 무얼 선택해도 나쁘지 않다.